커뮤니티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Home   >   커뮤니티   >   복지뉴스

복지뉴스

장애인교육기관 내 성폭력, ‘2차 가해’ 중단하고 반성폭력 문화 살펴야

 

울산 장애인교육기관 책임자, 성폭력 수사 앞두고 스스로 목숨 끊어
자극적 보도로 피해자 고통 호소… 언론의 2차 가해 멈춰야
“조직 내 반성폭력 문화 만들어야… 장애특성 고려한 교육도 필요”

2017년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시민감시단 새로고침에서 제작한 카드뉴스. ‘장애인 성폭력사건 언론보도는 왜 장애만 남는가?’라고 적혀 있다.

지난 7월 27일, 성인 발달장애여성 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던 울산의 한 장애인교육기관의 책임자가 수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ㄱ 씨는 발달장애여성 학생인 ㄴ 씨로부터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되어 수사를 앞두고 있었다. 가해자가 사망하면서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2차 가해에 가까운 보도가 나타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우려를 표하며 신중한 언론보도를 거듭 촉구했다.

- 자극적인 언론보도에 피해자 고통 호소 “2차 가해 멈춰 달라” 

언론에서는 해당 사건 피해자의 신원이 특정되거나 사건과 무관한 다른 사건을 연결시켜 본질을 흐리는 등 자극적인 언론몰이를 하고 있어, 현재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37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은 2일, ‘여성장애인 성폭력피해자지원과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 비대위는 울산시 및 울산시교육청과 함께 △피해자의 의사 존중 △피해자 지원 및 2차 가해로부터 보호대책 마련 △추가 피해사례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 및 구성원 심리치료 △성폭력 예방교육 및 성인지 교육 강화 등 재발방지 대책마련 등의 활동을 하겠다고 입장을 내비쳤다.   

비대위는 “가해자가 마땅한 처벌을 받을 것을 요구해야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억울함과 상처를 호소할 곳조차 없는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대신해 사과를 드리고 지역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깊은 반성과 사과를 드린다”며 “가해자의 주변인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지역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활동 전반에 대한 위계적인 문화, 권력관계에 대해서도 성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대위는 “가해자의 사망 후 언론 보도를 통해 피해자의 신원이 특정되고 해당 기관의 운영이 정지되어 소속 장애인들이 더 이상 기관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등 2차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까지 직면했다”며 “특히 피해자 본인이 이에 대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부디 신중한 언론보도를 재차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자극적인 취재 경쟁이 일자, 울산시청 또한 언론사들에게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될 수 있으니 보도에 자중을 바란다’는 권고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울산교육청에서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 노옥희 울산교육감은 “상상하기 어렵고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울산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자를 비롯해 울산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시설에 대해 추가 피해 여부 등을 전수조사하고, 피해가 있을 시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수사 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4일 오후 2시, 노옥희 울산교육감은 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교육기관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노 교육감이 추가 피해 전수조사와 피해자 지원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 울산시교육청

2017년 ‘장애와 반성폭력 시민감시단 새로고침’ 모니터링 기준에 따르면, 언론은 장애 및 성폭력 관련 보도 시 잘못된 성인식과 성불평등한 문화 등 사회문화적 구조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에 유념해야 하며, 사건을 자극적인 특정 명칭으로 지칭하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경쟁적인 취재나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나 가족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실을 명심하고, 피해자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는 등 피해자 보호를 우선시해야 한다. 또한 성폭력 범죄를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로 다루거나, 가해자를 지나치게 부각해 공포심을 조장하고 혐오감을 주는 내용을 보도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언론은 재발방지 대책을 조명하기는커녕, 사건에 대한 선정적 보도만 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6일, 비마이너와의 전화 통화에서 “언론은 피해자의 연령과 장애등급까지 특정하여 보도했다. 피해자는 언론보도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지 못한 채 인터뷰에 동의했다. 가족과 주변인에게 알려지기를 원치 않았는데, 방송을 보고 나서는 매우 속상해했다”며 “언론사가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간과했다. 지역사회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공간은 제한적이다. 피해자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더 가혹한 사회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전히 피해자와 가족에게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 조직 내 반성폭력 문화 만들어야… 장애특성 고려한 교육도 필요 

그렇다면 장애인교육기관 차원에서 성폭력을 예방하고, 사건 발생 시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성폭력 사건의 경우, 언론이 자극적으로 사건만을 소비할 때 피해자는 상처를 받고, 제대로 된 피해회복도, 재발방지도 이뤄지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돌아보며, 피해자의 회복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지역사회 공간은 어떠한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 안에서 ‘가해자처벌이 필요하다’는 자기의사를 말함으로써 밝혀졌다. 발달장애여성의 주체성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직접 사건을 말하고 싸운 피해자를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대표는 “의사결정의 권위나 힘이 고르게 퍼져있지 않을 때 위계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 정보 격차가 없고, 참여에 불평등이 없도록 노력하는 문화가 일상적이었다면, 문제가 더 빨리 드러났을 수 있다. (해당 기관에서는) 발달장애여성 당사자들이 어떤 책임자를 뽑고 싶은지 참여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과연 얼마나 조성되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기관 내 의사결정 구조에 학생이 참여하기 어려운 조직문화가 위계를 만들고, 이는 성폭력 사건에도 긴밀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장애인교육기관의 조직 문화를 되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성폭력 사건은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위계가 자연스러워지지 않도록 긴장감을 가져야 하며, 사건 발생 시 사법적 처벌 외에도 피해자와 함께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그 원인을 피해자와 함께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조직 내부 뿐 아니라 가해자가 권력을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게 영향을 끼친 외부 네트워크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번 사건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임을 인지하고, 위력을 구성하는 내·외부적인 조건들을 성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금 당장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조직 내 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일례로 서울 종로구 노들장애인야학(아래 노들야학)에서는 10년 전부터 ‘성평등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들야학은 학생 스스로 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수업 이름도 ‘웅성웅성(性)’이라고 지었다. 한혜선 노들야학 교사는 “야학에서 일상적으로 반성폭력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야학 상근활동가의 경우 매년 하루종일 이뤄지는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는다”면서 “성교육 수업은 여러 명의 교사가 수업준비팀을 구성해 한 학기 내내 성교육에 필요한 페미니즘 도서나 영상물을 보고 공부하며 준비하기도 한다. 이와 별도로 성교육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는 사전에 장애인 성폭력 예방 및 양성 교육을 3주간 받는다”고 전했다. 

이어 한 교사는 “그러나 아무리 우리가 평등하다고 해도 교사와 학생간의 권력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늘 경계하고 있다. 특히 야학은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교육을 해야 하지만, 매번 준비할 때마다 부족한 걸 느낀다. 성교육 수업 외 다른 수업 시간에서도 교사와 학생 모두 성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을 감지하며, 긴장감을 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796)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작성

열기 닫기

댓글작성